의학자료
평양천변수륙소
관리자 2024.01.03 39
평양천변수륙소
 
대자대비하신 세간해께서야 어찌 다만 천상의 귀의처만이 되시겠습니까. 3월 3일은 천기가 새로워 시냇가에서 수륙재를 베풀만합니다. 사성(四姓)의 백성들은 오랫동안 기도하기를 잊어버렸지마는 시방의 그윽한 감응은 곧 나타날 것입니다.
생각하면 우리 서방의 한 나라는 일찍이 동명왕으로부터 천 년의 흥망이 계속해 왔거늘 어찌 백전(百戰)의 원한이 없었겠습니까.
천지는 망망한데 오랫동안 사시(四時)의 제향(祭饗)이 끊기었습니다. 하물며 무변한 법계에 꿈틀거리며 살고 있는 중생들은 고해(苦海)의 소용돌이 속에 떴다 잠겼다 하며 천 이랑의 출렁이는 물결에 떠돌아다니면서 화택에서 시시덕거리는데 독한 연기가 사방에서 피어오름이겠습니까.
그리하여 화기(和氣)는 흩어지고 여기(厲氣)가 모여 재난이 거듭하여, 죽는 자는 많고 사는 자는 적어 남은 백성들은 고단하고 외로운 이들입니다.
그러므로 어진 마음을 가진 자의 가엾이 여기는 사직과 성황의 제사에 예가 있으니 거기에는 부처님의 힘을 힘입어 구원할 금산(金山)과 법운의 의식[양무제 소찬 수륙재의]에 법규가 있습니다.
많은 집의 극히 적은 물건들을 거두어 삼단에 향화를 마련하였사온데, 활유리 금사의 못 위에는 세 번 정화한 도량이요, 묘련화 패엽[법화경]의 소리 속에는 여덟 가락의 선악입니다.
선열의 맛과 법희의 음식은 백 겁의 주린 창자를 채울 수 있고, 광명의 촛불과 지혜의 등불은 천 년의 어두운 방을 깨뜨릴 수 있습니다. 몇몇 단월의 마디마디 정성스런 마음이오니 모든 부처님의 밝으신 지혜는 자세히 비추어 주소서.
엎드려 원하옵니다. 우리 왕국의 복의 바다는 길이 흐르면서 패강을 삼켜 마르지 않으며, 이 생민(生民)의 수(壽)의 산은 높이 솟아 보산을 눌러 더욱 높으며, 몇 백 대의 전쟁에 죽은 외로운 혼과 사경(四境)에 두루 한 번뇌에 막힌 넋과 악독(嶽瀆)과 강하의 주장과 묘가(苗稼)와 풍우의 신과 89종의 요사한 이와 15유(종류)의 나쁜 죽음과 무변의 중생과 법계의 함령들로서, 끝이 있는 생을 모두 하직하고는 다시는 요괴가 되지 말고, 무위의 다스림을 함께 즐기면서 영원히 복과 상서를 이루게 하소서.
그리고 또 원하옵니다. 이 수륙재를 마련하고 크고 작은 단월과 연화비구들의 그 자자손손은 대대로 이름이 용호의 호적에 오르고, 세세생생의 낱낱 지위는 선불(仙佛)의 반열에 들도록 옥호(玉毫)를 우러러 삼가 글을 올리나이다. 
月渚道安, 平壤川邊水陸疏, 석성우ㆍ김규대 역, 󰡔영가천혼법어집󰡕(토방, 1994), pp.215~216. 윤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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